[스포있음] 소년 파르티잔 시사회 -대한극장

2016. 3. 4. 02:04
반응형

 

 

 

 

파르티잔←[프랑스어] partisan , 명사
 
[같은 말]  빨치산(적의 배후에서 통신ㆍ교통 시설을 파괴하거나 무기나 물자를 탈취하고 인명을 살상하는 비정규군).

 

 

 

 

 

친구가 시사회 당첨된 표를 주어서 대한극장에서 소년 파르티잔을 사전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어떤 장르인지도,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들어갔던 상영관.

 

 

 

단지 소년이라는 단어와(파르티잔이 빨치산과 같은 단어인 줄 몰랐다) 대충 포스터 분위기를 보고

 

그저 감동적인 영화겠거니... 하는 내 생각과 함께 시작됐던 영화는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알렉산더의 알 듯 말 듯한 미묘한 미소, 흔들림 없지만 많은 감정을 담은 눈동자를 보고 있노라면

 

평온함과 동시에 복잡한 감정이 피어난다.

 

어린 아이를 이렇게 진지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관찰할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영화의 전반적으로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전개된다.

 

뛰노는 아이들, 그들을 바라보는 어머니들, 그리고 맛있는 요리와 빨랫줄에 널려있는 빨래들...

 

하지만 여기서 어쩐지 불안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지울 수 없다.

 

 

 

자상한 아버지처럼 보이는 그레고리의 미소도 어딘가 모르게 찜찜하고,

 

차분하고 의젓한 알렉산더의 "저도 사랑해요"라는 대사도 있는 그대로 들리지 않는듯 하다.

 

영화 초반은 전체적으로 이렇게 관객의 마음 한구석을 불안감에 적신다.

 

하지만 딱히 "어디가 이상해!"라고 집어낼 수는 없는 듯한 느낌.

 

 

 

이런 부분에서 나는 이 영화의 매력은 '어떤 메시지를 대놓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방향에서 들려오는 것인지 조차 알 수 없는, 들릴 듯 말 듯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관객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주인공 소년 알렉산더의 성장과정에 따른 그 미묘한 심리에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전개 속도가 느리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는 어머니에게 "그레고리가 거짓말을 하기도 하나요..?"라고 조심스레, 하지만 직설적으로 묻는다.

 

어머니는 알렉산더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 최선의 방법은 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어린 알렉산더는 더 이상 어머니에게 그것에 대해 묻지 않는다.

 

 

 

 

알렉산더가 살인을 위해 피해자들의 현관문을 두드렸을 때,

 

그는 "뭐야?(What?)" 라며 뚱한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피해자들을 향해 총을 쏘고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 느껴서는 안된다.

 

 

 

가치판단이라는 개념은 그들의 세계에서 위험한 것으로 치부되며,

 

모든 가치와 그것의 판단은 아버지 그레고리에게 달려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총을 쏜다'는 것은 단지 그레고리에 의해 주어진 알렉산더의 비즈니스일 뿐이다.

 

 

 

 

퉁명스러운 "What?"이 아닌, "무슨 일 때문에 왔니?(극중 대사는 Can I help you?였던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말하는 남자를 향해 총을 쏘기 전, 알렉산더는 처음으로 자신의 행동에 대해 망설임을 느끼게 된다.

 

그는 방아쇠를 당긴 후에도 다시 돌아와 쓰러진 남자를 확인하고, 검붉은 피를 바라본다.

 

 

 

 

영화의 결말은 충격적이다. 무언가 내게 와서 쾅 부딪힌 듯한 느낌마저 든다.

 

 

 

결말에 이르러서 카메라의 앵글이 갓난아기의 귀에 끼워져있는 귀마개로,

 

점점 더 멀어져서 결국 알렉산더의 권총을 든 손을 잡을 때, 나는 무언가 벅차오름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내게 있어 이 영화의 가치는 이 '알 수 없는 벅차오름'이 처음 와 닿았을 때의 기분이었다)

 

 

이 감정이 어떤 의미인지는 러닝타임 내내 이 영화에서 느꼈던 감정들처럼 마찬가지로 불분명하다.

 

 

 

 

어린 알렉산더가 틀을 깨고 나갔다는 것에 대한 대견함과 울컥함일까?

 

그가 안고 있는 갓난아기가 주는 형용하기 어려운 경이로움일까?

 

아니면 진실을 마주하고 그것을 향해 첫 걸음을 내딛는다는 순간의 짜릿함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그것은 웅장한 오페라 한 편을 보고서 박수갈채를 보낼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 같다.

 

 

 

 

 

알렉산더가 권총을 그레고리에게 겨눈 곳은 동굴과 바깥 세계의 경계선이었다.

 

갓난아기는 알렉산더와 그 이후의 세대가 맞이할 새로운 시대를 대변한다.

 

어머니와 연결지어지는 기존의 세계, 즉 가치판단과 이해가 금지된 세계는

 

그저 어두운 동굴 저 한 켠에서, 형체 없이 들려오는 공허한 부름으로 나타날 뿐이다.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듯한 웅장한 음악, 알렉산더의 무덤덤하면서도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표정,

 

그리고 순수함의 결정체와 같은 갓난아기라는 요소가 뒤섞여 가져다주는 임팩트를

 

감독은 아주 짧은 컷에 모두 담아냈다.

 

 

 

나는 영화 '소년 파르티잔'의 클리쉐라던지 숨겨진 장치를 대부분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여러번 볼 가치가 있는 영화이며, 해석의 여지가 다양하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엄청난 충격에 한 방 얻어맞은 듯 한 결말을 오롯이, 그리고 오랫동안 곱씹어 되새기고 싶다면,

 

난 여러분이 이 영화를 혼자서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반응형

BELATED ARTICLES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