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 속에 담긴 다양한 책장들, 『책가도』

2016. 10. 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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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부분을 보면 그 사람의 작은 습관부터 성향과 취향까지 알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
(이를테면 가방 속이나 손톱의 상태 등)
그 중에서도 개인 책장은, 책들이 이야기하고있는 책장 주인의 관심사부터
관리된 책들의 상태, 배열과 배치에서 드러나는 성향까지
그 사람에 관한 꽤 많은 단서를 드러낸다.


책장은 단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시간과 노력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다.


임수식 작가는 ‘예술로서의 사진은 한 작품마다 많은 무게를 갖지만,
기록으로서의 사진은 한 작품만으로는 너무 가벼우며
작업량이 쌓일수록 깊이와 무게를 갖게 된다’고 말한다. 








 


임수식 작가의 작품들은 사실을 재현해내지만, 어딘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사진보다는 그림을 감상하는 듯 하는데,
이는 역원근법에서 힌트를 얻은, 즉 책장의 칸들을 각각 다른 각도에서 촬영하여
조합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조각조각 색을 변환시켜 조각보 느낌을 강하게 표현한
초기 작업들에서 오는 느낌 탓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책장을 직접 볼 수 없기에,
'사진'이라는 복제기술을 이용하여 책장들을
현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자각하고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책가도> 작품들은 대상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아우라를
전시가치로 대체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재미난 물건들로 가득 찬 아트디렉터의 책장과,
1부터 순서대로 번호를 매겨 책들을 먼지 한 톨 없이 꽂아놓은 소설가의 책장을,
그리고 국어사전과 세계문학 전집으로 가득 찬 어린이의 책장을 비교해보는 일은 즐겁다. 


대학교를 다니며 때때로 상담을 위해 교수님들의 연구실을 찾으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방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책장이다.


나는 상업광고와 순수문학이라는,
어떻게 보면 정반대에 있는 두 가지 학문을 공부했기에
각 학과 교수님들의 책장을 비교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다.


언뜻 보기에도 현재 트렌드를 잘 나타내고 있는 책들이나
팜플렛, 시각 자료들이 쌓여있는 광고 교수님들의 책장과
어려운 한문 책이나 두껍고 오래된 고서들로 가득한 문학 교수님들의 책장.


<책가도>는 문학, 예술, 인문, 공간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어있는데,  
이와 같이 독자들은 임수식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
작가가 만난 다양하고 아름다운 책장들을 유랑하는 즐거움을 공유한다.










책가도045_프린트된 한지에 손바느질_104cm×88cm_2010.jpg
 

책에 담긴 낮은 채도의 톤다운된 사진들은
책의 여백과 어우러져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다양한 삶을 사는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지극히 사적인 부분일 수 있는, 개인 책장이 담겨있는 책.


<책가도>는 차분하고, 또 조심스럽게 그 비밀스러운 영역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시간의 에너지는 반드시 작품에 깃든다'는 임수식 작가의 말처럼,
개인 책장은 특정한 공간과 함께 깊이 있는 시간을 함께 담고 있다.


겹겹이 쌓인 시간의 지층들,
그 지층의 단면을 보여주는 그들의 책장은 독자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가도>와 함께한 여러 날의 밤마다
세상의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즐거웠고, 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본 리뷰는 아트인사이트(http://www.artinsight.co.kr)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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